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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의 셰프와 삼척 자유시장의 다슬기 해장국, 뜻밖의 연결고리

by 하리넷 2025.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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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시청한 드라마 <폭군의 셰프> 3회에서는 ‘대령숙수 자격 논란’이라는 흥미로운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권위와 명예를 둘러싼 긴장 속에서 결국 요리 대결로 결판을 짓는 장면이 이어졌는데, 그 가운데 연지영이 준비한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재첩 된장국이었습니다. 소박하면서도 진국인 국 한 그릇이 권위 다툼의 무대 위에 올랐다는 사실이 참 인상 깊었지요. 그런데 저는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이상하게도 얼마 전 삼척 여행에서 맛보았던 다슬기 해장국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삼척 여행의 기억, 황지연못에서 자유시장까지


지난 7월, 저는 삼척을 찾았습니다. 여행의 첫 행선지는 황지연못이었는데, 맑은 물이 땅속에서 솟아나 흐르는 모습이 참 신비롭고도 평화로웠습니다. 연못 주변을 천천히 걸으며 시원한 바람을 맞다 보니, 어느새 출출함이 밀려왔습니다. 그때 마침 들른 곳이 인근 자유시장이었습니다.

자유시장은 크지 않았지만, 어머니 손맛이 배어 있는 반찬가게, 그리고 이불집, 포목점 그리고 정겨운 분식집들로 가득했습니다. 시장 골목을 걷던 중, ‘임계다슬기해장국’이라는 작은 간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시골 장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박한 국밥집이었습니다.

시골 장터의 작은 해장국집 풍경


가게에 들어서니 에어컨은커녕 대형 선풍기 한 대가 열심히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땀을 식히며 앉아 있으니, 오히려 그 소박한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더군요. 메뉴판은 단출했습니다. 다슬기 해장국,  나물류 그리고 몇 가지 찌개류가 전부였는데, 저는 주저 없이 다슬기 해장국을 주문했습니다.

곧 상 위에 놓인 다슬기 해장국은 첫인상부터 인상 깊었습니다. 슴슴한 된장국을 기본으로, 푸릇푸릇 살아 있는 듯한 다슬기가 듬뿍 들어 있었습니다. 겉보기에는 소박했지만, 한 숟갈 떠먹는 순간 구수하면서도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졌습니다. 구수한 된장 향이 밑바탕을 이루면서도 다슬기 특유의 맑은 맛이 국물에 녹아들어, 술 한잔한 다음날 먹으면 속이 단번에 풀릴 것 같은 시원함이 있었습니다.

재첩국과 다슬기 해장국, 닮은 듯 다른 매력


연지영의 요리에 등장한 재첩 된장국을 보면서 제가 다슬기 해장국을 떠올린 이유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두 국 모두 슴슴한 된장 국물에 작은 생물이 듬뿍 들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재첩이든 다슬기든, 크기는 작지만 그 속에서 우러나오는 시원한 맛은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재첩국은 남도의 갯벌에서 나는 재첩으로 끓이기에 바다의 향이 은근히 배어 있습니다. 반면 다슬기 해장국은 강과 시냇물에서 잡은 다슬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바다보다는 산과 들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두 국 모두 삶의 피곤을 풀어주는 해장 음식으로 사랑받지만, 각각의 지역과 환경이 담긴 맛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요.

드라마 속 음식, 현실 속 기억을 불러오다


드라마 <폭군의 셰프>는 화려한 요리보다는 때로는 이런 소박한 음식들을 통해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줍니다. 화려한 대결의 무대에 오른 것이지만, 사실 재첩 된장국은 서민들의 식탁에서 늘 함께하던 국입니다. 오히려 그 소박함 속에 진짜 요리의 본질이 담겨 있음을 드라마는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저는 화면 속 재첩국을 보며, 삼척 자유시장에서 땀을 식히며 먹었던 다슬기 해장국의 따뜻한 풍경을 다시금 떠올렸습니다. 소박한 국밥집의 작은 그릇이지만, 그 안에는 여름날의 기억과 사람 냄새, 그리고 여행의 맛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여행과 드라마가 이어준 음식의 추억


삼척 자유시장의 다슬기 해장국은 단순히 배고픔을 채우는 한 끼가 아니었습니다. 황지연못의 맑은 물처럼 담백하고, 시골 장터의 정겨움처럼 따뜻한 한 끼였지요. 그래서인지 드라마 속 재첩국이 제 눈에 들어오는 순간, 저도 모르게 그때의 기억이 겹쳐 올라왔습니다.

결국 음식이란 그런 것 같습니다. 드라마 속 한 장면이 현실의 추억을 불러오고, 여행 중의 한 끼가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줍니다. 이번 <폭군의 셰프> 3회를 보며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먹는 한 끼의 음식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삶의 기억과 연결되는 하나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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