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그리고 퀘벡 – 시간과 공간을 넘나든 이야기의 흔적을 따라
도깨비는 단순한 로맨스 드라마가 아니었다.
그건 신의 이야기였고, 인간의 고통이었으며, 사랑의 기적에 대한 판타지였다.
처음엔 유명 배우들이 나온다는 이유로 보기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매 회차마다 멈출 수 없는 감정의 파도에 휩쓸렸다.
도깨비 김신과 저승사자, 은탁, 써니의 인연은 현실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아주 먼 이야기 같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가까이 닿아 있었다.
특히 김신이 수백 년을 홀로 견디며 은탁을 기다리는 그 장면들, 그리고 마침내 “날 기억해줘”라고 말하는 눈빛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퀘벡으로 떠났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도 여운이 너무 길게 남았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됐다.
극 중 김신이 걷던 이국적인 거리, 그 아련한 분위기의 골목들이 모두 캐나다 퀘벡 시티였다는 걸.
그래서 나는 진짜 그곳에 가보기로 했다.
드라마처럼 기적은 없겠지만, 그 장소에 가면 그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퀘벡 시티 – 시간과 공간이 뒤섞인 도시
퀘벡 시티는 유럽풍 도시이면서도 북미 대륙의 끝자락에 자리한, 시간 여행 같은 도시였다.
낮은 돌담과 고딕풍의 건축물, 천천히 걷는 사람들까지도 모두 도깨비 속 배경과 겹쳐 보였다.
페어몬트 샤토 프롱트낙 호텔은 도깨비에서 김신과 은탁이 처음 만났던 장면이 촬영된 장소다.
거대한 성처럼 생긴 이 호텔은 정말 눈앞에서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웠다.
실제로 호텔 주변에는 드라마 팬들이 많이 와서 사진을 찍고 있었고, 나도 마치 드라마 속 장면처럼 바람 부는 테라스에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김신이 등장할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도깨비 길을 걷다
샤토 프롱트낙을 지나 구시가지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면, 김신이 홀로 외롭게 걷던 작은 골목이 나온다.
바로 쁘띠 샹플랭 거리(Petit Champlain)다.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벽화, 그리고 오랜 시간을 머금은 듯한 좁은 길들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드라마에선 그 길을 따라 김신이 조용히 걷다가 은탁을 마주하는데, 실제로 그 길을 걸으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길 끝자락에 있는 브레이크넥 계단(Escalier Casse-Cou)도 인상 깊었다.
이 계단 역시 도깨비 장면 속에서 잠시 등장했던 장소인데,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정말 그림 같았다.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며, 나는 마치 김신이 되어 그를 기다리는 은탁의 마음이 되어보기도 했다.
도깨비는 끝나지 않았다
드라마는 분명히 끝이 났지만, 그 이야기와 감정은 내 안에 여전히 살아 있었다.
퀘벡에서 보내는 하루하루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도깨비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정이었다.
김신이 걸었던 길, 은탁이 웃었던 곳, 그 모든 장소에서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보았고, 그 감정을 다시 느꼈다.
도깨비는 결국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다.
시간과 생을 초월해서라도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 그를 위해 기꺼이 기억을 되찾는 사람의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낸 김은숙 작가의 대본,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아름다운 배경이 절묘하게 어우러져서 한 편의 예술작품처럼 느껴졌다.
마무리하며
도깨비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퀘벡은 꼭 한번 가봐야 할 도시다.
단순한 촬영지를 넘어서, 드라마 속 감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마음속으로 다시 한 번 김신의 대사를 떠올렸다.
“너와 함께한 시간, 전부 눈부셨다.”
그 눈부셨던 감정들을 되새기며, 나는 퀘벡에서의 하루를 소중히 마음속에 간직했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도깨비의 여운은 여전히 내 곁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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