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마음이 지쳤을 때 찾게 되는 드라마가 있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듯한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바로 2021년 tvN에서 방영된 《갯마을 차차차》가 그런 작품이었다.
공진이라는 가상의 바다 마을에서 펼쳐지는 이 드라마는, 도시 여자와 시골 남자의 만남이라는 전형적인 설정 속에서도 잔잔한 감동과 따뜻한 위로를 전해주었다.
줄거리 요약
치과의사 윤혜진(신민아)은 도시에서 자신의 신념대로 진료를 하다 병원장과 충돌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는다.
답답한 마음에 무작정 강릉으로 향했다가, 우연히 도착한 작은 바다 마을 공진에 이끌려 이곳에 치과를 열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홍반장 홍두식(김선호)은 자격증도 많고 못하는 일이 없는 ‘갯마을 해결사’다.
처음엔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은 점점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공진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상처를 치유해 간다.
하지만 두식의 과거에 얽힌 비밀과 죄책감이 드러나며 이들의 관계는 큰 위기를 맞게 되고,
그 속에서 두 사람은 진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주요 인물
윤혜진(신민아): 서울대 출신의 야무지고 똑 부러진 치과의사. 처음엔 공진 사람들의 느긋한 태도에 적응하지 못하지만 점차 마음을 열게 된다.
홍두식(김선호): 공진 마을의 만능 해결사. 푸근하고 다정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엔 아픈 과거를 간직하고 있다.
지성현(이상이): 예능 PD로 혜진의 대학 시절 동아리 선배. 삼각관계를 형성하며 극에 활력을 더한다.
공진 마을 주민들: 여배우 출신 커피숍 주인, 오지랖 넓은 아주머니들, 귀여운 꼬마들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이야기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공진이라는 공간의 힘
이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배경은 바로 공진 마을이다.
푸른 바다와 돌담길, 작은 골목길과 자전거,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푸근한 웃음까지,
이 모든 요소가 극 중 인물들의 감정을 부드럽게 감싸주었다.
특히 혜진이 도시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배우는 과정은
현대인들의 번아웃과 치유라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해 주었다.
공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하나의 따뜻한 인격체처럼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명장면과 명대사
《갯마을 차차차》엔 명장면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두식이 자신의 과거를 혜진에게 고백하던 순간이었다.
“나도 사랑받을 자격이 있을까 봐, 그게 두려웠어”라는 그의 대사는
상처 입은 이들이 얼마나 쉽게 마음을 닫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 마음을 보듬어주는 사랑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했다.
또 다른 명장면은 혜진이 비 오는 날 두식을 찾아가서 말하던 장면이다.
“비밀이 있어도 괜찮아. 같이 걸어가면 되니까”라는 말은,
사랑은 완전한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불완전한 사람을 함께 품는 과정이라는 걸 말해주는 듯했다.
OST와 분위기
이 드라마의 분위기를 완성시켜 준 건 바로 OST였다.
적재의 ‘낙하’, 케이시의 ‘너에게’ 같은 곡들은 드라마의 감정을 부드럽게 녹여냈다.
특히 아련하면서도 따뜻한 멜로디들이 마치 바닷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며 시청자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영상미도 무척 뛰어났다.
자연광을 살린 색감, 해 질 녘 바닷가의 감성, 소박한 마을의 풍경들이
드라마를 영화처럼 보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감상 후기
《갯마을 차차차》는 특별한 사건 없이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드라마였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내 마음도 공진의 바람에 스르르 녹아들게 된다.
도시에서 지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만한 작고 따뜻한 마을,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
혜진처럼 나도 공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마무리하며
《갯마을 차차차》는 사랑이 무엇인지,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서로를 치유하는지를 보여준 드라마였다.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인 줄 알았지만, 그 속엔 삶의 무게와 따뜻한 위로가 숨어 있었다.
삶이 조금 지치고 외로울 때,
이 드라마를 통해 다시 웃고, 울고, 또 사랑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치 갯마을 바닷바람처럼, 조용히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이야기였다.
#갯마을차차차#김선호#신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