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여름, 생각지도 못한 드라마 하나가 조용히 등장하더니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바로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다.
지상파도 아니고, 잘 알려진 방송사도 아니었던 ENA에서 첫 방송된 이 드라마는 입소문을 타고 넷플릭스까지 장악하며, 전 세계 수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무거울 수도 있는 소재를 따뜻하고 유쾌하게 풀어낸 이 작품은, 단순한 법정 드라마를 넘어 '다름'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자폐 스펙트럼, 그리고 천재 변호사 우영우
주인공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다.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 졸업했을 정도로 천재적인 두뇌와 기억력을 가졌지만, 사회성 부족으로 인해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하지만 운명처럼 한 로펌에 입사하게 되고, 다양한 사건들을 마주하며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특히 박은빈 배우의 연기는 이 드라마의 중심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영우라는 인물을 그저 연기한 게 아니라 '살아 숨 쉬게' 만들었다는 말이 딱 맞는다.
자폐인의 시선, 말투, 눈빛, 그리고 행동 하나하나에 대한 섬세한 표현은 단순한 연기를 넘어선 몰입감을 선사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절대 과장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있었다.
그녀가 사건을 대하는 방식은 일반적인 시각과 다르지만, 그래서 더 새로운 관점으로 사건을 풀어나간다.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라는 메시지는,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에게 서서히 스며들었다.
인간미 가득한 동료들과 따뜻한 법정
드라마가 감동을 주는 또 하나의 이유는, 우영우를 바라보는 주변 인물들의 태도와 변화에 있다.
초반에는 우영우를 불편해하거나 의심하던 동료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능력과 진심을 인정하고 함께하는 모습은 참 따뜻했다.
동료 변호사인 이준호(강태오 분)는 우영우와 점차 가까워지며 특별한 로맨스 라인을 만들었고, 민우나 수연 같은 조연 캐릭터들도 입체적으로 잘 그려졌다.
특히 법정 장면마다 다뤄지는 사건들이 단순하지 않다.
장애인 인권, 가족 간의 갈등, 약자의 목소리 등 다양한 사회 문제들을 소재로 삼으면서도, 드라마적 재미를 잃지 않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매회 다른 에피소드가 등장하지만, 하나하나가 개성 있고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또한, 우영우의 아버지 역할을 맡은 배우 전배수의 연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딸의 다름을 온전히 인정하고 응원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줬다.
이 드라마는 가족, 직장, 사회의 시선까지 모두 녹여낸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이었다.
고래, 말장난, 그리고 잔잔한 감동
우영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고래와 말장난이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역삼역...
이 문장을 들으면 많은 이들이 우영우를 떠올릴 만큼 유쾌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또한, 우영우는 긴장이 되거나 감정이 벅찰 때 고래를 떠올린다.
드라마 속에서는 실제 고래 CG가 등장해 그 장면의 감정을 시각적으로도 표현해 주는데, 이 장치는 단순히 귀엽고 웃긴 요소를 넘어서, 우영우의 감정선을 표현하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시청자들은 점점 우영우에게 정이 들어간다.
그녀가 넘어지고, 실수하고, 상처받고, 다시 일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저런 위로를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캐릭터는 현실과 판타지를 절묘하게 섞은 존재다.
마지막 회가 끝났을 때, 많은 이들이 아쉬움을 표현했고 시즌2를 바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리고 실제로 시즌2 제작이 확정되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왔다.
마치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단순한 힐링 드라마가 아니다.
사회적 약자, 소수자,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 준 작품이었고, 우리 모두가 가진 편견을 돌아보게 만든 드라마다.
비장애인 중심의 세상에서 '다름'을 포용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며, 드라마가 줄 수 있는 최고의 메시지를 선물했다.
이 드라마를 아직 보지 않았다면, 꼭 한 번 정주행 해보기를 추천한다.
다른 시선, 다른 감정, 그리고 또 다른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