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로맨스의 절절한 미학을 품다.
얼마 전, 조선시대 궁궐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을 정주행했다. 예상보다 훨씬 깊고 섬세한 감정선에 매료돼, 정조와 의빈 성씨의 운명적인 인연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한 편의 소설을 보는 듯한 서사와 아름다운 영상미가 어우러져, 이 드라마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서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드라마 개요
방영 시기: 2021년 11월 ~ 2022년 1월
방송사: MBC
편수: 총 17부작
원작: 강미강 작가의 동명 소설 《옷소매 붉은 끝동》
연출: 정지인, 송연화
극본: 정해리
주요 등장인물
이산 / 정조 (이준호)
냉철한 군주로서의 품격과 인간적인 고뇌를 함께 지닌 인물. 조선의 개혁을 꿈꾸는 군주이지만, 궁중의 권력 구조 속에서 점점 외로워져 간다. 성덕임을 향한 진심 어린 사랑이 이야기의 핵심축이다.
성덕임 (이세영)
궁녀이지만 자존감이 강하고 지혜로운 인물. 이산의 여인으로 선택받았지만 ‘왕의 여인’이라는 자리가 지닌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안다. 자신의 삶과 사랑 사이에서 진지한 선택을 한다.
홍덕로 (강훈)
이산의 절친이자 측근. 이산과 성덕임 사이의 감정을 이해하면서도 신념과 충성을 두고 갈등하는 인물로, 조연이지만 비중이 크다.
조화진 (이민지)
성덕임과 대비되는 이미지의 궁녀. 왕을 향한 마음을 감추지 않는 인물로, 삼각구도의 갈등을 심화시킨다.
줄거리 요약
조선의 22대 왕, 정조 이산과 궁녀 성덕임 사이에 피어난 운명적 사랑을 그린 이야기다. 이산은 조부 영조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르며 강력한 개혁 군주로 성장하지만, 어릴 적 궁녀로 만난 성덕임과의 재회로 운명이 달라지게 된다.
덕임은 단순한 궁녀가 아닌, 지혜롭고 자주적인 여성이었고, 그런 그녀의 모습에 이산은 점점 끌리게 된다. 하지만 왕의 여인이 되는 일은 곧 자유를 잃는 일이었기에, 덕임은 자신만의 삶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고뇌한다.
두 사람은 사랑과 권력, 자유 사이에서 끊임없이 충돌하고 성장하며, 궁중이라는 폐쇄적 공간 안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끝내 품고 살아간다. 특히 왕이 된 이산과 의빈 성씨가 되어 곁에 남게 된 덕임의 마지막 모습은 시청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최종회 감상
최종회는 ‘사랑하되 소유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절절하게 담았다. 이산은 왕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되, 한 사람을 위한 애틋한 감정도 잊지 않는다. 덕임 역시 단순한 왕의 여인이 아닌, 주체적으로 선택한 존재로 남는다. 사랑의 결말은 비극적이었지만,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로 빚어진 아름다움이 컸다.
왕의 무덤에 덕임이 함께 묻히지 못한다는 현실이 더욱 애절하게 다가왔고, 그런 선택마저 덕임다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궁중 로맨스는 자칫 뻔하게 흘러갈 수 있지만, *《옷소매 붉은 끝동》*은 ‘자유로운 영혼의 사랑’이라는 깊은 주제를 밀도 있게 다뤘다.
촬영지
드라마는 전통 궁궐과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한 촬영지로 유명하다. 아래는 대표적인 촬영지와 지도다.
창덕궁 후원: 덕임과 이산이 자주 산책하던 장소. 실제 촬영장소로 활용됨.
전주향교: 궁녀 교육 장면이 촬영됨.
용인 MBC 세트장: 대부분의 궁중 장면이 이곳에서 진행됨.
마무리 소감
이 드라마는 단순히 ‘왕과 궁녀의 사랑’이 아닌,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정조라는 역사적 인물의 인간적인 면모와, 궁녀의 인생 또한 귀중하다는 메시지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남긴다.
내게 *《옷소매 붉은 끝동》*은 애틋한 사랑 이상의 감정이었다. 시대를 넘어선 공감과, 한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는 태도에 대해 곱씹게 만들었다. MBC가 만든 명품 사극의 대표작으로 오래 기억될 드라마이다.
마지막으로 지난 추석즈음 여행길에 들렀던 마지막 배경지였던 죽주산성의 산마루 그림을 첨부해 본다.
#옷소매 붉은 끝동#이준호#이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