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개글-감정을 잃은 인간과 소원을 이뤄주는 존재의 이야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다 이루어질지니>는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독특한 세계관 속에서
‘인간의 욕망’과 ‘감정의 결핍’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두바이의 사막 한가운데서 시작되는 첫 장면부터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모래빛 도시의 이국적인 풍경과 함께 등장하는 주인공 기가영(수지)은,
감정을 잃은 듯 무표정하지만 묘하게 시선을 붙잡는 인물입니다.
가영은 어린 시절 엄마에게 버림받고, 할머니의 손에서 자란 여자입니다.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아왔기에 ‘사람답지 않다’는 말을 종종 듣지만,
그 속에는 상처받지 않으려는 본능적인 방어심이 숨어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천 년 만에 램프에서 깨어난 정령 지니(김우빈)가 그녀 앞에 나타나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제안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가영은 흔히 말하는 사랑이나 부, 성공을 바라지 않습니다.
대신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증명하겠다고 말하죠.
이때부터 인간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여자와, 인간의 욕망을 이용해야 하는 정령의
기묘한 동행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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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장인물
기가영 (수지)
감정이 결여된 인물로, 외형적으로는 냉정하고 이성적인 여성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버림받은 아이의 상처와 공허함이 있습니다.
가영은 인간의 감정을 믿지 않으며, 타인의 기쁨이나 슬픔에도 쉽게 반응하지 않습니다.
지니를 만나면서도 그를 이용하려 하지만, 점점 ‘감정을 느끼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차가운 눈빛과 단단한 말투 속에서도 미세한 변화가 느껴지는 수지의 연기가 인상적입니다.
지니 / 이블리스 (김우빈)
인간의 욕망을 시험하며 살아온 램프의 정령입니다.
냉소적이고 거만한 태도 뒤에는 오랜 고독이 숨어 있습니다.
가영의 비정함이 오히려 인간적이라 느껴지며, 그를 통해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배워갑니다.
“소원을 이루면 행복해질까?”라는 질문 앞에서
지니는 자신이 믿어온 가치가 무너지는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오판금 (김미경)
가영의 할머니이자 인생의 버팀목입니다.
감정이 서툰 손녀를 끝까지 품어주는 인물로,
사랑을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입니다.
가영이 유일하게 ‘정’을 느낄 수 있는 존재이며,
이 드라마의 따뜻한 중심축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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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 & 감상평
마지막 회에 이르러 가영은 세 번째 소원을 고르게 됩니다.
많은 부나 영원한 젊음을 바랄 수도 있었지만, 그녀가 택한 소원은 단 하나였습니다.
“하루만이라도 제대로 감정을 느껴보고 싶어요.”
이 한마디는 지금껏 세상을 관찰하듯 살아왔던 그녀가
비로소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찾고 싶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소원이 이뤄지는 순간, 가영은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고,
지니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인간이란 존재의 복잡함을 깨닫습니다.
그토록 부정하던 인간에게서 오히려 진심을 배우는 순간이죠.
드라마는 이처럼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감정의 결핍을 지닌 인간이 다시 감정을 되찾는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사랑이라기보다 ‘이해’에 가깝습니다.
지니는 인간을 시험하려다 인간의 마음을 배우고,
가영은 정령을 이용하려다 진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서로의 결핍이 서로를 완성시키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그려집니다.
연출적으로도 따뜻함과 차가움의 균형이 돋보입니다.
두바이의 건조한 색감, 한국의 겨울빛, 그리고 조용히 울리는 피아노 선율이
드라마의 여운을 길게 남깁니다.
수지와 김우빈의 케미는 기대 이상으로 섬세합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만으로 감정의 깊이가 전해지고,
표정의 변화 없이도 미묘한 긴장과 따뜻함이 교차합니다.
김미경 배우의 존재감은 그 모든 감정의 층위를 안정적으로 묶어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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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평 요약
‘다 이루어질지니’는
“무엇을 이루는가”보다 “무엇을 느끼는가”에 초점을 맞춘 작품입니다.
소원을 이뤄주는 판타지 설정 속에서도 결국 이야기의 핵심은 감정의 회복입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하나쯤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지만,
그 바람이 진정한 행복으로 이어지려면 먼저 자신의 감정을 인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로 시작해
결국엔 마음을 치유하는 잔잔한 휴먼 판타지로 끝나는 작품.
보는 내내 생각보다 깊고, 여운이 오래 남는 드라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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